차기 미국 대통령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수장의 좋지 않은 관계는 잘 알려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첫 임기 중인 2017년 제롬 파월을 연준 의장으로 지명했지만, 통화정책을 두고 갈등하다 관계가 악화했다. 당시 트럼프는 파월을 해임하는 걸 고려했다고 알려졌다. 당연히 파월 밑에서 일하는 연준 직원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을 거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워싱턴 D.C. 컨스티튜션 애비뉴의 연준 본부 분위기는 상당히 조심스럽다. 가령 ‘트럼프 2.0’을 둘러싼 어떤 언급도 없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준 경제학자는 “직원들이 이메일이나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회의에서 관세 관련 대화를 피한다”고 전했다. 정보가 유출돼, 자칫 연준이 트럼프 정책에 반하는 이미지를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복도에서 오가는 대화 톤이 부정적으로 바뀌었지만, 대부분 정치와 무관한 일상적 잡담”이라고 내부 사정에 밝은 이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파월과 다른 연준 관계자는 정책이나 정치 언급을 자제한다. 대신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실제로 중앙은행은 정책 입안자의 예상 행보에 따라 금리를 결정하기보다 경제 지표에 반응한다. 그럼에도 이번 보도는 트럼프행정부 정책이 연준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나왔다.
연준은 올해 마지막 정례회의인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고 새해 경제 전망과 금리 전망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11월 물가 상승과 관세 논의로 이전보다 금리 인하 횟수를 줄일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공약 중 관세 정책이 물가를 올릴 수 있어 연준이 더 신중하게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대규모 추방 계획과 추가 감세도 물가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트럼프는 관세 부과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선 전 트럼프는 10~20%의 보편관세를 언급했고 중국에는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당선 후에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고, 이는 글로벌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연준의 이중 책무 중 하나가 물가 안정이란 점을 고려하면, 연준과 파월은 트럼프의 정책과 충돌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한 연준의 독립성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트럼프는 선거 운동 중 낮은 금리를 약속했지만, 이는 그의 통제 밖의 일이다. 따라서 이 약속을 이행하려면, 연준에 정치적 압력을 가할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파월을 해임하려 할 것이란 뜻은 아니다.
최근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연준 의장 해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해임할 것 같지 않다.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명령하면 그는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요청하면 아마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명령하면 그는 할 것이다.”
/ 글 Alena Botros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