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안 좋은 소비 심리가 내년엔 더 악화할 전망이다. 국민 과반이 물가 부담과 경기 침체에 따른 소득 감소, 실직 우려 등을 이유로 내년 소비 지출을 줄일 계획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9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1월 13~20일 내년 소비 지출 계획을 조사한 결과를 보자. 응답자 53%가 “내년 소비지출을 올해 대비 축소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한경협은 이에 따라 내년 가계 소비지출이 올해보다 평균 1.6%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소비 양극화 현상도 갈수록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소득 분위별로 보면 1~3분위(하위 60%)는 내년 소비가 올해에 비해 감소하는 반면 4~5분위(상위 40%)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협 관계자는 “소득이 낮을수록 고물가와 경기침체에 따른 영향에 민감하다”며 “소득수준에 반비례해 소비지출 감소 폭이 커지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내년 소비 지출을 축소하려는 이유로는 ‘고물가 지속(44.0%)’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이어 ‘소득감소·실직 우려(15.5%)’ ‘세금 및 공과금 부담 증가(8.5%)’ 등이 뒤를 이었다. 소비 감소가 예상되는 품목으로는 ‘여행·외식·숙박(17.6%)’이 가장 많았다. 이어 ‘여가·문화생활(15.2%)’ ‘의류·신발(14.9%)’ 등의 순이었다.
반면 '음식료품'(23.1%), '전기·수도 등 주거비'(18.0%), '화장지·세제 등 생필품'(11.5%) 등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고정적인 지출이 발생하는 필수 소비재 품목을 중심으로 소비지출 증가가 예상됐다.
국민들은 내년 소비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스크로‘고환율·고물가 지속(43.2%)’ ‘세금 및 공과금 부담 증가(16.4%)’ ‘자산시장 위축(12.7%)’ 등을 꼽았다. 또한 국민 10명 중 4명은 내년 가계 형편이 올해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가 다시 활성화하는 시점을 묻는 말에는 75.7%가 2026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 포춘코리아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