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그리브스 랜스다운(Hargreaves Lansdown)을 창업한 피터 하그리브스가 미국을 대표하는 7대 빅테크, 매그니피센트7(M7) 주식을 대규모로 매각하고 있다. 뉴욕증시가 산타랠리에 올라탄 가운데 M7을 되레 내다파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 빅테크가 인공지능(AI)을 갈고 닦느라 막대한 돈을 지출했고, 이로 인한 리스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약 20억 파운드(약 3조 6488억 원)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피터 하그리브스는 2017년 블루 웨일 그로스 펀드(Blue Whale Growth Fund)를 설립했다. 설립 이후 펀드의 수익률이 두 배 이상 증가했지만, 이제 펀드는 AI 거품론에 따른 주식 시장 위기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약 13억 파운드의 자산을 운용하는 블루 웨일의 수석 매니저 스티븐 유는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와의 인터뷰에서 “기술주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MS) 보유 지분을 크게 줄였으며, 펀드의 MS 보유 비중은 1월 8%에서 최근 2%로 감소했다. 그는 “AI 인프라를 향한 상당한 투자로 인해 MS의 투자 자본 수익률이 앞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관했다.
블루 웨일은 AI 테마주가 위험하다는 걸 강조하면서 엔비디아만은 예외로 뒀다. 유는 “많은 사람이 M7을 언급하지만, 우리는 엔비디아만 지지하고 있다”면서 “엔비디아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6개 기업에 대해 점점 더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고, 이 기업들이 AI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 자본 집약도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빅테크 기업은 올해 AI에 막대한 금액을 지출했다. 아마존과 MS, 알파벳은 2024년 첫 9개월 동안 AI 역량 구축에 1330억 달러를 지출했는데, 이는 2023년 대비 57% 증가한 수치다. 문제는 AI 혁명의 다음 단계인 투자 수익의 가시화가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더 멀리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거다. M7이 S&P 500 지수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주식 시장의 불가피한 침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유는 메타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메타는 올해 자본 지출의 대부분을 AI와 연관 지어 최대 400억 달러를 할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는 이런 투자가 충분한 이익으로 전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M7 주식 중 6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그리브스 일가가 2억 파운드 이상을 소유한 블루 웨일 그로스 펀드는 2017년 출시 이후 인상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이 펀드는 올해 23% 이상 성장했고 2023년에는 30% 이상 상승했다. 엔비디아와 함께 주요 투자 대상으로는 TSMC, 비자(Visa), 스포츠 베팅 그룹 플러터(Flutter)가 있다.
올해 S&P 500 지수를 25% 상승시키는 데 일조한 AI 열풍 속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AI에 대한 기대가 현실과 맞지 않을 경우 주식 시장 거품이 붕괴할 가능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다.
영국 최대 투자 펀드인 펀드스미스(Fundsmith)의 창립자이자 매니저인 테리 스미스도 그랬다. M7을 향한 투자를 줄이고, 워렌 버핏의 전략과 유사한 가치 투자를 선택했다. 스미스의 펀드는 M7 주식을 약 20% 보유하고 있는 벤치마크 MSCI 월드 인덱스(MSCI World Index)에 비해 성과가 저조했다.
그럼에도 스미스는 흔들리지 않고 기술주가 조정을 맞을 수 있다고경고하고 있으며, AI 열풍을 축구 경기장의 분위기에 비유하기도 했다. “경기가 흥미진진해지고 공격수가 공을 가지고 페널티 구역으로 달려들면 2열의 관중이 더 잘 보기 위해 일어선다. 이에 따라 3열 관중의 시야가 가려져 그들도 따라 일어선다. 곧 모든 관중이 서 있게 되지만, 누구도 이전보다 더 잘 보지 못하고 모두가 더 불편해진다.”
/ 글Ryan Hogg & 편집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