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일상화한 지 5년이 지났지만, 많은 직원은 여전히 주 5일 출근 요구에 저항하고 있다. 아마존 같은 기업이 전면 출근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하이브리드나 유연 근무를 유지하고 있는 직원은 그 어느 때보다 지금 방식을 고수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탠포드 대학교 교수진인 호세 마리아 바레로와 니콜라스 블룸, 스티븐 J. 데이비스, 셸비 벅먼이 이끄는 재택근무 연구(WFH Research) 그룹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갈등은 고조되고 있다.
봉쇄 기간 중 재택근무가 급증한 이후(2020년 5월) 원격 근무를 둘러싼 의식을 조사한 결과, 직원들은 2년 전에 비해 사무실 복귀에 더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가령 2024년 말까지 응답자의 44%만이 “주 5일 출근 명령에 따르겠다”고 답했다. 나머지는 새 직장을 찾거나(41%) 퇴사(14%)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에는 절반 이상(53%)이 전면 출근 명령을 따르겠다고 답했으며, 새 직장을 찾겠다는 응답은 33%로 훨씬 적었다. 퇴사하겠다는 응답은 14%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는 직원이 사무실 복귀를 강요 받을 경우, 다른 직장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연구 저자 중 한 명인 스탠포드 대학교의 경제학자 닉 블룸은 링크드인(LinkedIn)에 “사무실 복귀 저항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고 썼다.
퇴사하겠다는 응답이 여전한 건 사무실 복귀를 거부하는 이들의 존재를 보여주는 지표일 수 있다. 블룸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사무실 복귀에 문제가 없는 사람들은 이미 돌아갔다”며 “남아있는 사람들은 훨씬 더 저항하고 있고, 이들은 사무실에서 멀리 떨어져 살며 이사할 수 없거나 출퇴근이 쉽지 않은 사람들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마존이나 델, 세일즈포스와 같은 대기업의 복귀 명령으로 이들의 상황이 더욱 절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대 초반, 고용주와 직원 간의 갈등은 군사적 또는 체스와 같은 마키아벨리적 용어로 표현되었다. 초기에는 전투, 전쟁으로, 후기에는 휴전이나 교착 상태로 언급되었다. 한때는 직원들이 우위를 잃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어려운 취업 시장에서 강경한 복귀 정책을 펴는 기업들에 굴복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이 아예 전장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시카고 대학교와 미시간 대학교 연구진의 별도 사례 연구에서도 이런 현상이 확인됐다. 사무실 복귀 명령이 인재 유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스페이스엑스 등 기술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복귀 정책 시행 후 고위 임원이 경쟁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유연한 근무 형태는 인재 채용의 중요한 도구가 됐다. 원격 및 하이브리드 근무를 제공하는 기업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지원서를 받고 있다.
하지만 모든 직원이 퇴사할 만한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컨설턴트이자 전 구글 고위 임원인 라즐로 복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실제로 퇴사를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리더십 스타일은 혁신적 경영에 대한 전통적 경영의 승리"를 의미한다”면서 “후자가 더 많은 자원과 데이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과거의 방식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츠버그 대학교의 마크 슈아이 마 경영학 부교수는 전면 출근 정책을 둘러싼 저항이 증가하는 또 다른 이유가 “하이브리드 근무가 새로운 표준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이 주 5일 출근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유연성을 제공하고 있다”며 “아직 많은 기업들이 아마존의 뒤를 따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은 “직원들이 사무실 복귀를 거부하는 데 더 대담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랫동안 사무실 복귀를 거부해온 강력한 재택근무 옹호자들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무실 복귀에 문제가 없는 직원들은 이미 돌아갔고남아있는 사람들은 강경한 저항 세력”이라고 덧붙였다.
재택근무 연구에 따르면 전면 원격 근무자들은 하이브리드나 사무실 근무자에 비해 번아웃 증상, 특히 기력 저하를 덜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하이브리드와 전면 원격 근무자 모두 자신의 직업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할 가능성이 작았다. 직원 입장에선 재택근무가 훨씬 더 좋다는 거다.
워크 포워드의 CEO 브라이언 엘리엇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신뢰 부족을 느끼기 위한 저항이 아니라 일부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인생의 선택에 대한 저항”이라면서 “내 경력이냐, 아니면 내 가족이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2022년의 기업들은 아마도 항상 사무실 복귀를 의도하고 말해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2024년의 사무실 복귀 명령이 내려졌을 때, 일부 직원들은 이미 사무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정착했다는 점이다.
물론 아마존과 다른 대기업은 이직률 상승을 알면서도 여전히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블룸은 “한편으로는 기업 입장에서 좋을 수도 있다”면서 “더 많은 직원이 퇴사할 것이므로 인원 감축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반대의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퇴사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들이 고위직과 고성과자일 경우, 수익성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글 Chloe Berger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