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PAN is BACK.’ 2013년 아베 전 일본 총리는선언했다. 규제개혁, 혁신산업 투자 같은 구조개혁 조치가 일본 경제를 부활시킬 것으로 그는 봤다. 최근 한국이 좇고 있는 밸류업 프로그램도 이때 처음 나왔다.
하지만 올해도 일본은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뚜렷해지고 있고, 일본 기업 파산 건수는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 약세와 고물가로 내수가 침체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일본은행도 여전히 금리 인상에 신중하다. 연초 도쿄 증시가 폭등하고, 실질 임금이 33년만에 꿈틀대던 것과 비교하면 궁색하다.
지난 9일 일본 내각부는올해 3분기(7~9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내놓은 속보치(0.2%)보다 증가율이 0.1%포인트 올랐다.
일본의 실질 GDP 증가율은 1분기 마이너스 0.6%였으나, 2분기 0.5%를 기록한 뒤 3분기까지 두 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했다. 연율 기준 성장률은 1.2%였다.
하지만 4분기는 알 수 없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4일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일본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0.3%로 예측했다. 2020년 이후 4년 만에 역성장이다.
나가하마 도시히로 다이이치세이메이경제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플러스 성장을 하려면 10~12월 실질 GDP가 전년 대비 1.3%가량 증가해야 한다”며 “상당히 높은 허들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시라이 사유리 게이오대 교수는 “내수는 상당히 약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며 “임금을 인상하고 기업 이익을 높이려면 기술 혁신으로 이어지는 투자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기업 파산도 크게 늘었다. 도쿄쇼코리서치(Tokyo Shoko Research)가 발표한 민간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파산 신청 건수가 1만 건을 넘어 2013년 이후 최고치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11월 한 달간 841개 일본 기업이 파산했으며, 1월부터 11월까지의 누적 파산 건수는 9164건으로 이미 작년 전체 파산 건수를 넘어섰다. 회사는 파산 증가의 원인으로원자재 가격 상승, 물가 상승, 엔화 약세 등을 꼽았다.
일본 기업의 연 파산 건수는 2013년 1만855건을 기록한 뒤 1만 건을 밑돌았다.
상황이 나빠지면서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이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달 취임 후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와 처음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으로 추가로 금리를 올릴 환경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일본은행은 12월 18일과 19일에 금리 검토 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달 금리를 동결한 뒤 다음해 1월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메이지야스다연구소의 유이치 고다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GDP 발표로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면서 “일본은행이 이달 다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50%가 넘는다. 하지만 최근 엔화가 절상 흐름을 나타냈기 때문에 다음 달까지 기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여전히 먼 길을 돌아, 돌아오고 있다.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