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틸은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이자 벤처 캐피탈리스트다.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로도 유명하다. 그는 지난 2021년 마러라고에서 처음으로 제자 J.D 밴스를 도널드 트럼프에게 소개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트럼프와 밴스는 조만간 백악관에 입성한다. 이 가운데 틸의 인맥 네트워크에 속한 많은 이들이 차기 행정부의 공식 직책이나 자문 역할을 맡게 됐다. 틸의 입지가 더욱 굳건해졌다.
데이비드 삭스가 백악관 AI 및 암호화폐 차르(AI & crypto czar)로 임명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삭스는 페이팔에서 틸과 함께 일했다. 틸이 1987년 스탠퍼드 대학 재학 시절 창간한 학생 신문인 스탠퍼드 리뷰(Stanford Review)에서 글을 쓰기도 했다. 틸의 개인 재단 전 최고경영자였던 짐 오닐은 보건복지부 차관이 된다.
트럼프 재집권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일론 머스크는 정부효율부를 이끌게 됐다. 머스크는 페이팔에서 틸과 긴밀히 협력했다. 틸의 벤처 펀드인 파운더스 펀드(Founders Fund)는 우주 화물 사업체 스페이스엑스(SpaceX), 터널링 회사 보링 컴퍼니(Boring Company), 뇌 칩 스타트업 뉴럴링크(Neuralink) 등 머스크의 여러 회사에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파운더스 펀드의 제너럴 파트너인 트레이 스티븐스가 국방부 차관으로 고려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틸 캐피탈(Thiel Capital)의 전 최고운영책임자이자 파운더스 펀드가 투자한 스케일 AI(Scale AI)의 이사였던 마이클 크라치오스가 트럼프 인수위에서 기술 정책을 담당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부통령 당선인인 밴스는 말할 것도 없다. 밴스는 틸의 펀드 중 하나인 미스릴 캐피탈(Mithril Capital)에서 일했고, 이후 틸이 지원한 벤처 펀드를 출범시켰다. 파운더스 펀드는 밴스의 벤처 회사인 나리아 캐피탈(Narya Capital)을 계열사 중 하나로 두고 있다.
부통령 당선인을 포함한 이 모든 인물은 틸을 중심으로 한 실리콘밸리의 강력한 네트워크 중 하나에 속해 있다. 여기에는 틸과 머스크를 포함한 디지털 결제 회사의 초기 직원으로 구성된 페이팔 마피아, 보수적 학생 신문인 스탠퍼드 리뷰, 그리고 미국 국방부와 가장 긴밀히 협력하는 주요 스타트업들인 스페이스엑스, 팔란티어, 안두릴에 투자한 120억 달러 규모의 벤처 캐피탈 회사 파운더스 펀드가 있다. 여기에 틸의 가족 사무소, 재단, 기타 펀드 등 개인적인 사업도 포함된다.
트럼프는 첫 번째 임기 때도 이 네트워크에서 인재를 영입했다. 당시 틸은 실리콘밸리에서 유일하게 트럼프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냈다. 2016년에는 1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하고 공화당 전국대회에서 연설하기도 했다. 첫 번째 행정부 때 트럼프는 스탠퍼드 리뷰와 페이팔 출신인 켄 하워리를 스웨덴 주재 미국 대사로 선임했다. 하워리는 2024년 선거일 밤에도 마러라고에 있었다고 한다. 트럼프는 또한 틸 캐피탈의 전 최고운영책임자였던 크라치오스를 백악관 부 최고기술책임자로 임명했다. 페이팔의 초기 직원이었고 현재 삭스의 크래프트 벤처스(Craft Ventures)에서 일하고 있는 마크 울웨이는 2016년 트럼프 인수위의 재무부 팀에 속해 있었다.
틸은 여전히 자신을 친트럼프 성향이라고 설명하지만, 이전 선거와 비교해 두드러지게 활약하진 않았다. 특히 틸은 어떤 선거 운동에도 기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틸은 포춘(Fortune)과의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연방 차원에서 더 이상 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이번 선거가 수십 년간 지속된 우리의 기술적, 경제적 정체를 종식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설득력 있는 주장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틸은 이제재정적 지원자는 아니지만, 부통령을 포함해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이들과의 친밀한 관계는 여전히 유효하다.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는 기업에 틸의 오랜 투자도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틸의 정치적 성향은 복잡하고 진화해왔다. 틸을 특정 범주에 넣기는 어렵지만, 보수적 자유주의자로 묘사되며 민족주의적 성향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틸은 가상화폐와 관련 기업을 지원하며, 특히 인공지능 분야에서 정부 규제를 두고 경고해 왔다.
틸은 이미 미래를 내다보고 있는 듯하다. 선거 직후 프리 프레스(The Free Press) 창립자 바리 와이스와의 인터뷰에서 틸은 트럼프의 임기가 끝나는 2028년 대선에서 밴스 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조언했다.
/ 글 Jessica Mathews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