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은무위로 끝났지만, 이튿날 시장은 요동쳤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원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면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했다. 윤석열은 내란 혐의 고발 및 탄핵소추를 앞두고 있다. 주식시장은 장 마감을 앞두고 당장의 하락세는 완화했지만, 중장기적 경제 손실은 만만치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국내 주식시장에서 총 42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피에선 4050억원, 코스닥에선 150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결국 코스피는 전날보다 36.10포인트(1.44%) 내린 2464.00에, 코스닥은 13.65포인트(1.98%) 내린 677.15에 장을 마쳤다.
윤석열이 3일 오후 10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당시 시장은 더욱 크게 출렁였다.발표와 동시에 미국에서 거래되는 MSCI 한국 지수 ETF인 'iShares MSCI South Korea ETF'(EWY)는 최대 7.1% 하락했다. 외환시장도 영향을 받아 원-달러 환율이 한때 1450원까지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대통령이 계엄령을 풀고, 금융당국이 시장 안정 대책을 내놓으면서 하락폭이 줄었다.
특히 한국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3개월간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매입 한도를 정하지 않고, 시장 수요에 따라 금융기관의 신청액을 전액 공급한다는 게 골자다. 한은 측은 "전액 공급 방식의 유동성 지원은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도 실시된 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당분간 매일 오전, 오후 두 차례 상황점검 및 대응 회의를 개최해 거시경제 안정을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국의 긴급 대책에시장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키움증권은 4일 보고서에서 "국내 증시 개장 이후 단기적인 가격 변동성은 불가피할 수 있겠지만, 기재부, 한은 등 당국의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가 적극적으로 시행될 수 있는 만큼 그 변동성 증폭의 지속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기적인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이 해외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컨트리 리스크(country risk)'로 인한 가산금리를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내 생산설비 확충을 위해 한국 기업이 조 단위 차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산금리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자본시장에서 한국 기업에 물리는가산금리50bp(1bp=0.01%) 안팎이었다"며 "연초 신용평가 때 이를 100bp로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국내 대기업 출신의 한 전직 대표도 의견을 같이 했다. "45년만에 계엄령 선포가 현실이 된 이상, 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있느냐"는 것. 이 대표는 "이를 근거로 하다 못해 가산금리를 조금이라도 높이려 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 전직 대표는 "눈 떠 보니 후진국(과 다를 바 없는 지위)이 돼 있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상덕, 육지훈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