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 해 동안직장 내에서 편안하게 나눌 만한 대화 주제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기업 리뷰 사이트인 글래스도어는 "직장 생활의 최고와 최악" 보고서에서 2024년 올해의 단어로 ‘분열(divisive)’을 선정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회사 사무실에 감도는 긴장감의 원인이 거시적인 문제들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기후 변화의 징후, 전쟁 같은 주요 국제적 이슈까지. 이 모든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갈등의 여파가 사무실까지 미치는 듯 보인다. 하지만 글래스도어는 이러한 긴장감의 근본 원인을 일상적인 업무 과정에서 발생하는 좌절감에서 찾는다.
글래스도어 측은 “‘분열’이라는 단어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것은, 우리가 가장 논쟁적인 단어들에 주목해야 함을 시사한다”며 “분열과 관련하여 자주 언급된 단어들을 분석한 결과, ‘선거’, ‘연령차별’, 심지어 ‘고스팅(일방적으로 연락이 두절되는 것)’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고 밝혔다.
‘분열’이라는 단어의 사용 빈도는 올해 들어 33%나 증가했다. 이는 글래스도어 분석에 따르면 “선거에 대한 우려, 유해한 직장 문화, 그리고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이니셔티브에 대한 기업의 입장 변화”를 반영하는 결과다.
다양성에 회의적인 기업들
올해 주요 이슈 중 하나는 포춘 500대 기업 다수에서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 정책이 점차 축소되는 현상이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2023년 6월, 미국 대법원이 대학 입학에서의 소수 우대 정책을 폐지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본격화됐다. 이 결정 이후 보수 단체들은 기업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많은 기업에서 DEI 관련 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세계 최대 소매업체인 월마트는 보수 활동가 로비 스타벅 같은 인물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월마트는 인종 형평성 센터에 대한 지원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LGBTQ+ 포용성을 측정하는 연례 벤치마크 지수에 참가하는 것을 중단하고, 소수자 소유 공급업체에 대한 우대 조치를 더 이상 제공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기업 포드 역시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가 서한을 통해 “고용 할당제를 시행하거나, 특정한 다양성 목표 달성에 따른 보상 정책을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포드는 “지역사회를 반영하는 딜러 네트워크 개발”은 지속하겠다고 밝혔지만, 소수자 딜러십이나 공급업체에 대한 할당제는 사용하지 않을 방침임을 밝혔다. 이 외에도 대기업 로우스, 농기계 제조업체 존 디어, 그리고 오토바이 브랜드 할리 데이비슨 등도 DEI 관련 정책의 축소를 발표하며 이러한 흐름에 동참했다.
회사 사무실에 감도는 긴장감
글래스도어에 따르면, ‘선거’라는 단어의 언급은 무려 202%나 증가하며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고, ‘연령 차별’ 또한 전년 대비 74% 급등했다. 연령 차별은 여러 세대 간의 갈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고령 근로자는 구직 과정에서 나이 때문에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해서 젊은 세대가 직장 생활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Z세대를 비롯한 젊은 근로자들은 기업의 기존 규범과 급변하는 직장 문화 기준에 대해 기성세대와 대립해 왔다. 이러한 세대 간의 분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소통의 부재다. 커리어 플랫폼 링크드인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 5명 중 1명은 지난 1년 동안 50세 이상의 동료와 대화조차 나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55세 이상 근로자 5명 중 2명 역시 지난 1년간 직장에서 Z세대와 대화한 경험이 없다고 응답했다.
/ 글 Jane Thier& 편집육지훈 기자 jihun.yook@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