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대형 제약사GSK의 최고디지털기술책임자(CDTO) 쇼비 라마크리슈난은 초기 경력의 상당 기간을 실리콘밸리에서 보냈다. 기술 중심으로 변모하는 제약업계로 전향하기 전, 그는 애플(Apple)과 세일즈포스(Salesforce) 같은 빅테크에서 수년간 근무했다.
라마크리슈난은 당시의 경험이 매우 귀중했음에도 실리콘밸리의 방식을 그대로 이전하지 않았다. 라마크리슈난은 포춘(Fortune)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기술을 위한 기술을 추구하지 않는다. GSK를 구글로 바꾸려는 게 아니다. 우리는 정말로 뛰어난 의약품과 백신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10년, 제약 업계는 놀라운 변화를 겪었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제약사가 신약 발견과 공급망 최적화를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하고 있다. 이 업계는 오랫동안 열악한 기술 시스템으로 인해 데이터에 손대지 못했는데, 이제 적절히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신약을 발견하는 속도가 빨라졌고, 공급망을 최적화했으며 소비자 수요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됐다.
2021년부터 GSK의 CDTO로 재직 중인 라마크리슈난에게 가장 큰 과제는 회사가 이런 혁명에서 선두를 차지하도록 돕는 것이었다. 라마크리슈난은 ‘2024년 포춘 테크 리더 유럽의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2024 list of Fortune Tech Leaders: Europe’s Most Influential Women)’에 선정됐다.
라마크리슈난은 “우리 업계에선데이터가 게임 체인저”라면서 말을 이었다. “항상 데이터에 관한 것에 집중했지만, 데이터가 우리 비즈니스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핵심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우리는 조직을 재정비하고, 성공을 위해 준비하며, 역량을 구축하고, 플랫폼을 만들어야 했다.”
이는 GSK의 연구개발, 공급망, 상업 부문과 협력해 회사에 적합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을 포함했다. 라마크리슈난은 데이터 과학, 데이터 엔지니어링, 인공지능 시스템을 사내에 구축하는 데 있어 회사가 선구자적 사고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필요하기 전에 미리 구축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따라서 기회가 왔을 때 효과적으로 대규모로 배치할 수 있었고, 이미 그 결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라마크리슈난은 이런 결과가 연구개발, 공급망, 상업 분야 전반에 걸쳐 실현되고 있다고 말한다.
향상된 기술 역량은 평균 23억 달러에 달하는 신약 개발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일반적으로 90%에 달하는 시험약 실패율도 낮출 것으로 보인다.
라마크리슈난은 GSK의 만성 B형 간염 치료 연구를 예로 들었다. 새로운 데이터 역량은 그룹이 다양한 환자들의 약물 반응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어 임상 시험의 예측 가능성을 향상시켰다. GSK는 또한 회사 전체에 걸쳐 60개의 디지털 트윈을 사용하여 생산 현장의 필요사항을 파악하고, 다양한 생산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며, 제조 및 배송 과정의 비효율성을 강조할 수 있다. GSK가 작년에 5억 회분의 백신과 최대 18억 팩의 의약품을 배송한 것을 고려하면, 규모 확장의 이점은 분명하다.
다만 AI에 익숙하지 않은 직원들이 일상 업무에서 이 기술을 활용하도록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건 쉽지 않다. 이에 GSK는 직원들의 데이터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매년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처음에는 400~50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행사로 시작했지만, 최근의 교육은 GSK의 약 7만명 직원 중 10%가 참여했다. 라마크리슈난은 말했다.
“우리는 교육과 디지털 유창성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고, 팀들의 관심이 사람들이 정말로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지만, 경쟁 우위는 어떻게 하는지, 대규모로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인재와 역량을 구축하고 있는지에서 나온다. 이는 우리가 환자와 사회를 위해 가능한 것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상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글 Ryan Hogg & 편집육지훈 기자 jihun.yook@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