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가 온라인카지노와 소송을 벌이고 있다.[사진=뉴시스]](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4/47748_40820_1943.jpg)
다양한 톤의 파란색 정장을 입은 마크 저커버그가 14일(현지 시간) 법정에 섰다. 그의 과거를 방어하고, 메타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페이스북을 창업해 20년 넘게 회사를 이끌어 온 메타의 CEO 저커버그는 지난 10여 년간 여러 차례 워싱턴 D.C.에서 자신의 회사를 방어해왔다. 2018년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청문회, 2021년 허위정보 관련 의회 청문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재판은 저커버그가 직면한 그 어떤 소송보다도 중대하다. 재판에서 쟁점이 되는 것은 메타의 방대한 기업 구조, 즉 시가총액 1조 3500억 달러 규모의 회사의 핵심 구성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메타가 10년 전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인수한 것이 경쟁사를 제거하기 위한 반경쟁적 행위였다”고 주장하며 메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만약 메타가 이 재판에서 패소한다면, 두 앱을 분사해야 할 수도 있다. 이 재판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처음 제기됐고, 바이든 정부의 FTC 위원장 리나 칸 체제에서 이어졌다. 이후 한 차례 기각됐다가 재소된 끝에 결국 재판에까지 오르게 됐고, 저커버그가 첫 증인으로 나섰다.
FTC 측 변호사 다니엘 매더슨은 “소비자들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외에 합리적인 대안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저커버그는 법정에서 “메타가 속한 시장은 정부가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경쟁도 치열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페이스북이 친구 중심의 플랫폼이라는 주장은 이제 사실이 아니다”라며 “현재 메타는 광범위한 발견과 엔터테인먼트 공간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메타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의 테크 산업 운영 방식 자체를 둘러싼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는 사건이기도 하다. FTC의 주장대로 메타의 인수 의도가 반경쟁적이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기술 대기업이 유망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건 실리콘밸리 생태계의 핵심 작동 방식이었다. 혁신을 사고파는 구조, 그 자체였던 셈이다.
IPO 전망이 어두운 스타트업에 ‘빅테크로의 엑시트’는 가장 바람직한 결말이었다. 특히 트럼프의 새 행정부 아래에서 스타트업 투자자와 창업자는 인수∙합병(M&A)이 다시 활기를 띠기를 고대해왔다.
실제로 그 신호는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구글은 올해 3월 사이버보안 스타트업 위즈(Wiz)를 32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구글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다. 메타 측 일부는 트럼프가 개입해 FTC에 사건 조정을 압박하길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메타가 백악관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만약 메타가 이 재판에서 패소한다면, 조금씩 해빙 조짐을 보이던 빅테크의 인수합병은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 스타트업들은 대기업에 인수되는 꿈을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유동성에 목마른 벤처캐피털은 엑시트 기회가 더 늦어지는 상황에서 조바심을 내는 투자자(LP)의 압박에 시달릴 것이다.
이는 메타의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정당화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테크 산업 구조에서, 대기업이 외부 스타트업을 통해 혁신을 흡수하려는 시도는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저커버그는 법정에 다시 선다. 단순히 메타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테크 산업에서 빅테크 M&A를 계속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업계 전체의 미래를 대변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더 나은 결과든, 더 나쁘든 말이다.
/ 글 Allie Garfinkle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