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에 사용된 일본 양성자 가속기 연구단지(Japan Proton Accelerator Research Complex, J-PARC)의 현장 중성자 회절(in-situ neutron diffraction) 장비. [사진=POSTECH]](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3/47282_40197_4241.jpg)
POSTECH 연구진이 극저온에서 더 단단해지는 금속 합금의 핵심 원리를 규명했다고 12일 밝혔다. 지금까지 알려진 면심입방구조(FCC)보다 체심입방구조(BCC)가 극저온 강도 향상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대부분의 물질은 온도가 내려갈수록 취약해지는 반면, 일부 특수 금속 합금은 극저온에서 더 강해지는 특성을 보인다.
FCC와 BCC는 특정한 원자 배열을 의미한다. 보통 금속은 내부 원자가 특정 패턴으로 규칙적으로 배열된 결정 구조를 가진다. 면심입방구조(FCC)는 주사위 모양의 정육면체 꼭짓점 8곳과 각 면의 중앙 6곳, 총 14개 지점에 원자가 위치한 구조를 의미한다. 체심입방구조(BCC)는 정육면체 꼭짓점 8곳과 중심부 1곳, 총 9개 지점에 원자가 자리 잡은 구조를 뜻한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김형섭 교수팀은 일본 J-PARC(양성자 가속기 연구소)와 공동으로 실시간 중성자 회절 기술을 활용해 다원소 합금 내부를 정밀 분석했다. 연구 결과 알루미늄(Al)·코발트(Co)·니켈(Ni)·바나듐(V) 합금에서 BCC 구조의 온도 의존성이 FCC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확인했다.
금속이 변형될 때는 내부에서 원자 층이 서로 미끄러지며 이동하는 '전위'라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간 극저온 강화 현상은 FCC 구조에서 원자 층의 미끄러짐이 일부 억제되는 '쌍정 변형'이 주된 원인으로 여겨졌다. 쌍정 변형은 마치 거울에 비친 것처럼 원자 배열이 대칭을 이루는 현상으로, 이 과정에서 금속의 강도가 높아진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BCC 구조의 '미끄러짐 저항력(Peierls-Nabarro barrier)'이 온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극저온에서 금속 강도 향상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미끄러짐 저항력은 원자 층이 움직일 때 발생하는 저항이다.온도가 낮아질수록 그 힘이 증가한다.
연구팀은 정밀 측정 결과 77K(영하 196도) 환경에서 BCC 구조는 298K(상온)보다 약 610MPa 강도가 높아진 반면, FCC 구조는 약 187MPa 증가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BCC 구조가 온도 감소에 따른 강도 향상에 3배 이상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 결과는 극저온 환경에서 사용되는 우주선, 심해 탐사선, 액화천연가스(LNG) 저장 탱크, 극지 구조물 등의 소재 개발에 중요한 기초 지식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형섭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심해 탐사 장비와 우주 산업용 금속 소재 개발에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했다"며 "온도에 민감한 BCC 비율을 조절하면 다양한 온도에서 최적 성능을 내는 맞춤형 합금 설계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금속 소재 공학국제 학술지인 ’머티리얼스 사이언스 앤드 테크놀로지(Journal of Materials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 온라인에 1월 7일게재됐다.
육지훈 기자 editor@popsc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