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스파라에서 만난 사람 |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
“내가 시키는 대로 해보라, 책임은 내가 진다.” 솔루스첨단소재 대표 직을 맡은 진대제 회장은 반대를 무릅썼다.그는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회사가 바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카지노사이트 추천의 역량은 충분하다, 과감한 의사결정이 문제”라고 말했다.
문상덕·김나윤 기자mosadu@fortunekorea.co.kr 사진강태훈

Q 투자를 결정하는 기준이 있다면.
펀더멘털 리밋(fundamental limit)이에요. 이 회사가 (물리적인 한계치를 기준으로 할 때) 어디까지 혁신했고, 앞으로 얼마나 더 혁신할 수 있느냐? 그런 걸 물어봤을 때 답이 나와야 투자를 하죠. 예를 들어 지난해 에코프로 투자를 검토할 때 양극재가 소화할 수 있는 전류량이 얼마인지, 물리적인 한계치에 얼마나 근접했는지를 물어봤습니다. 양극재에서 니켈 비중을 늘릴수록 전류량(에너지 밀도)를 늘렸는데, 어느 지점에서 물리적인 한계가 오거든. (※스카이레이크는 2023년 에코프로에 2000억원을 투자했다.)
반도체도 마찬가지예요. 펀더멘털 리밋에 다가가고 있어요. 팻 겔싱어(Patrick P. Gelsinger) 인텔 CEO가 재작년에 방한했기에 점심을 같이 먹었어요. 펀더멘털 리밋에 다 왔는데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더니, “10년은 괜찮다”고 하더군요.
Q 투자했다가 실패한 경우도 있습니까?
있어요. 시장 예측을 잘 못한 경우예요. 2010년 이어폰 모듈 만드는 회사에 투자한 적 있는데, 그때까지 중국은 기계 부품을 잘 못 만들었어요. (※스카이레이크는 2010년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이어폰 등을 제조하던 업체 ‘옵티스’에 150억원을 투자했다. 회사는 2017년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그런데 2013년쯤 되니 한국에서 만들면 중국에서 두 달 안에 똑같이 만들더라고요. 그래서 투자한 회사가 결국 망했어요. 지금도 휴대전화 부품은 국내 생산이 많지 않잖아요. (괜찮은 기업은) 대만으로 갔고.
Q 다들 AI반도체 이야기를 합니다.
(국내 AI반도체 개발사) 3사 프레젠테이션을 받았습니다. 그중 한 곳(딥엑스)에 투자했어요. 엔비디아 제품보다 싸고, 전력을 적게 소모하는 칩을 만들겠다, 이 정도는 엔비디아도, 카지노사이트 추천전자도 합니다. 지금 엔비디아 칩 크기가 큰 것이, SM(※Stream Multiprocessor, GPU의 연산단위. 엔비디아 최신 GPU인 ‘H100’은 144개의 SM으로 이뤄져 있다.)을 많이 넣어서 그런 거예요. 그래야 계산을 잘하니까. 그런데 엔비디아가 SM 개수를 줄여서 로우 코스트 AI칩을 만들겠다고 하면 후발주자는 다 망하는 겁니다.
그런데 리벨리온은 레이턴시(전송 지연도)를 짧게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그건 말이 되죠. 금융거래는 조금이라도 지연되면 치명적이니까요. 그런 걸 하면 됩니다.
이 회사가 어디까지 혁신했고, 앞으로 얼마나 더 혁신할 수 있느냐? 펀더멘털 리밋을 물어봤을 때 답이 나와야 투자를 하죠.
Q 엔비디아가 한 일을 우리가 먼저 할 순 없었을까요?
AI반도체라는 게, 30년 전엔 그래픽 칩이었어요. 옛날에는 쉽게 여겼죠. CPU가 디스플레이 픽셀 하나하나에 명령문 내리는 것이 부담이 크니까 전용 칩을 만든 거예요. 기본적으로 단순한 계산을 빠르게 하는 기능인 거죠. CPU에 비하면 비싸지 않았고요. 등한시해서 그랬지, 언제든 만들 수 있다고 봤어요. 내가 카지노사이트 추천 반도체에 계속 있었으면 우리도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진작됐지(웃음).
내가 비메모리를 맡았을 때 3DO라는 회사를 인수해서, 그곳 인력으로 그래픽 칩을 개발했어요. 그러다가 알파칩도 만들었죠. 내가 했던 일이 그런 겁니다. 몇 년 뒤에 어떤 제품이 필요한지 생각하고, 미리 투자하는 거죠. 내가 입각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전격적으로 밀어줘서 하고 싶은 일을 많이 했어요. 카지노사이트 추천TV, 3세대 이동통신, 모바일 인터넷 모두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죠.
1997년 카지노사이트 추천전자는 시스템LSI사업부를 발족하면서 그를 초대 본부장(대표이사 부사장)에 선임했다. 당시 진 본부장은 “5년 뒤 시스템반도체에서 세계 10대 업체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 본부장은 그해 4월 미국 게임기업체 ‘3DO’의 하드웨어 부문을 2000만 달러에 인수하면서 게임기용 그래픽 칩 ‘MX칩’의 기술과 특허를 확보했다. 동시에 3DO 인력을 주축으로 그래픽 칩을 개발하는 현지법인 ‘AGT’를 설립했다. 또 미국의 컴퓨터제조사 ‘DEC’와 함께 컴퓨터용 마이크로프로세서 ‘알파칩’을 개발, 생산했다.
Q 똑똑한 사람이 있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듯합니다. 관료형 조직을 뛰어넘을 수 있는 사람이 의사결정을 해줘야 할 테니까요.
회장이 현장에 와서 해보라고 하니까요. 펀더멘털에서 뭐가 문제인지 보여요. 그러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해보라, 책임은 내가 진다”고 말하죠. 그렇게 해야 단시간에 달라집니다.

진 회장은 바지 뒷주머니에서 PDA(개인휴대단말기)로 보이는 기기를 꺼냈다. 기기 상단에는 ‘핸드PC’라고 쓰여 있었다. 카지노사이트 추천전자가 2002년 출시한 핸드헬드 PC ‘넥시오’였다. 진 회장이 카지노사이트 추천전자의 텔레비전, 컴퓨터 등을 담당했던 디지털미디어총괄 대표이사 사장이던 시절 선보인 제품. 진 회장은 이 제품을 “PC가 아닌 휴대전화”라고 소개했다. 그는 2002년 CES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기조연설을 하면서 넥시오를 주머니에서 꺼내 통화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고 돌이켰다.
“PDA가 아니라 휴대전화예요. 게리 샤피로 CTA 회장과 영상통화를 했어요. 그걸 전 세계에 보여준 거죠. 인터넷 브라우징도 되고, 주식 거래도 되는데 통화까지 돼요. 지금의 스마트폰이죠. 단지 그때는 터치스크린이 없어서 키보드를 달았을 뿐이에요. 빌 게이츠가 2001년 11월 방한했을 때 내가 이걸 보여줬어요. 하나 달라고 요청해서 못 준다고 하다가 김포공항에서 비행기 타기 직전에 하나 보내줬어요. 내가 카지노사이트 추천에 계속 있었다면, 애플보다 먼저 스마트폰을 만들었을지 모르죠. (기술 혁신 속에서도) 오래 가는 것들의 비밀이 뭘까요? 결국 자기가 직접 할 수 있는 게 있어야 해요. 차별화된 자기만의 것.”
진 회장은 “반도체도, 배터리도 당장 아성을 빼앗길 상황은 아니”라며 “다만 조금 더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카지노사이트 추천전자가 AI반도체에서 치고 나가지 못한 건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과감한 의사결정의 문제라는 것. 그는 1987년 카지노사이트 추천전자가 4메가비트 D램 설계방식을 결단했던 사례를 언급했다.
“D램을 과거에는 2차원으로 설계했어요. 1메가비트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는데, 4메가부터는 집적도가 올라가다 보니 2차원 평면 위에 (부품을) 늘어놓는 게 어려워졌어요. 밀도를 높이려면 저장소를 3차원으로 쌓아야 하는데, 스택(위로 쌓는 방식)과 트렌치(아래로 파고드는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스택 방식은 외곽을 볼 수 있어 다음 공정을 처리하기 편했고, 트렌치 방식은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우수했다.) 카지노사이트 추천전자는 스택 방식을 선택했어요. 그래서 오늘날 카지노사이트 추천이 D램 1등이 된 겁니다. 트렌치를 선택했던 회사들은 무너졌죠. 과감하게 결정할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책임지고 결정하는 거죠. 그런 결정들이 쌓여서 지금의 카지노사이트 추천이 있는 거예요. 실패하면, 집에 가면 그만이죠(웃음).”
Q 장관직에 있을 때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습니까?
노무현 대통령께서 내게 말했어요. “우리나라 국민이 10년, 15년 먹고살 먹거리 산업을 정보통신 분야에서 만들어 달라”고요. 그게 내 미션이었어요. 다른 부처와 많이 싸웠죠. 예를 들어 “로봇은 산업부 소관인데 정통부가 왜 나서냐”고 해요. 그러면 저는 “웃기는 소리 말라, 로봇은 ‘굴러다니는 휴대전화’다. 네트워크 없이 로봇은 못 움직인다”고 따졌어요. 그러면 대통령께서 못 본 체해요. 내 말이 그럴싸한 거지.

Q 한 산업계 인사는 ‘전권을 보장받고 입각했더니 실제는 그렇지 못했다’고 아쉬워하기도 했습니다.
권한은 절대 주어지지 않아요. 약속했다고 하더라도. 권한은 쟁취하는 겁니다. 대통령을 설득하면서 내게 권한이 오게 해야지. 나는 대통령 독대를 아홉 번쯤 했어요. 독대해야 할 필요를 만들었죠. 대통령의 관심사가 뭘까. 한국이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하고 IT 산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르려면 뭘 해야 할까? 나는 알고 있으니까, 조금 이야기해 드리면 청와대로 와서 자세하게 말해 달라고 하셨죠.
Q 한국 스타트업의 과제는 해외 진출입니다. 그런데 창업자들이 실리콘밸리에 주눅 들어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주눅 들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네이버나 NC소프트 같은 회사를 만든 사람들이죠. 만 명 중에 열 명쯤 있습니다. 그걸 문제라고 볼 필요는 없어요. 타고나는 기질이 있는 겁니다. 기질을 잘 키워내도록 교육이 뒷받침해야 하겠죠.
Q 회장께서도 타고났습니까?
타고났죠. 절대 지면 안 됩니다, 절대. 이길 때까지 합니다.
“반도체 후공정이 걱정인데…”
구두를 신고 카지노사이트 추천룸을 나서는 진 회장이 나직이 말했다. 웨이퍼를 만들고 회로를 새기는 작업이 전공정이라면, 후공정은 웨이퍼에서 칩을 떼어내고 보드에 장착한 뒤 테스트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전공정에서 회로 선폭을 좁히는 방식으로 성능을 높이던 방식이 ‘펀더멘털 리밋’에 부딪히면서 최근엔 후공정의 중요성이 부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수혜를 본 ‘고대역폭메모리(HBM)’ 역시 여러 개의 D램을 묶는 기술이 핵심이다. 그러나 세계 10대 반도체 후공정 기업 중 한국 기업은 없을 만큼, 한국은 이 분야 불모지다.
진 회장은 “후공정 잘하는 회사에 투자하려고 몇 년째 찾고 있는데, 팔 사람이 없다”며 “카지노사이트 추천 말고도 잘하는 기업이 있어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