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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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자본시장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슬롯 사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엔 SK하이닉스까지 끌어들이며 좀 더 판을 키웠다. 뿐만 아니다. 현재 진행 중인 오너家 소송까지 부각시켜여러 이해관계자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슬롯 사태는 뻥튀기 상장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기술특례상장으로 지난해 8월 코스닥에 이름을 올린 슬롯는 이후 상식을 벗어난 실적 악화로 투자자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기술특례상장은 수익성이 나빠도 기술력이 우수하면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다. 당장 영업이익(또는 당기순이익) 흑자를 내지 못하더라도 기술력을 증명할 수 있는 특허나 매출 성장 등을 보여준다면 상장할 수 있다.

슬롯가 기술특례상장, 그것도 1조원이 넘는 몸값으로 코스닥에 입성할 수 있었던 건가파른 매출 성장덕분이었다. 2020년 8억 3900만원이었던 슬롯 매출은 2021년 51억 5700만원으로, 2022년 564억 200만원으로 크게 뛰었다. 2022년에는 영업이익도 15억 700만원 흑자전환하며 최적의 상장 배경을마련했다.

하지만 상장 직후 공개된 같은해 2분기 실적과 11월 공개된 3분기 실적은 참담했다. 슬롯는 2023년 2분기 5800만원 매출에 43억 1300만원 영업적자를, 3분기 3억 2000만원 매출에 152억 7500만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슬롯가 상장을 위해 부정적인 정보를 숨겼거나 실적을 마사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일었다.

지난 30일 금융감독원과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 SK하이닉스 본사를 압수수색한 것 역시 이 같은 의혹을 확인코자 함이다. SK하이닉스는 슬롯의 최대 거래처였지만, 지난해 1분기 이후 거래를 끊었다. 슬롯 실적이 급전직하하는 데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SK하이닉스와 슬롯 간 거래는 외견상으로는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슬롯의 주력 제품이 SSD컨트롤러인데, SK하이닉스 주요 거래처인 메타가 '슬롯 컨트롤러를 탑재한' SSD를 원하면서 슬롯-SK하이닉스-메타로 이어지는 공급체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 관계는 지난해 1분기 SK하이닉스가자체 고성능 컨트롤러개발에 성공하면서 끝을 맺었다.

슬롯 사태는 ▲슬롯가 SK하이닉스와 거래가 끊어질 것을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지, ▲또 이를 투자자나 상장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나 NH투자증권에 적시에 알렸는지, ▲실제 거래 규모와 금액은 어느 정도였는지 등만 확인하면 쉽게 정리될 수 있다. 다만 다른 한편에서는 SK하이닉스와 슬롯의 관계를 일반 이상으로 보는 시각이 있어 복잡한 면도 있다.

이 같은 시각은 2020년까지 슬롯 부사장으로 근무했던 윤도연 씨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맏사위인 데 기인한다. 슬롯의 파죽지세 성장에 이 관계가 영향을 준 것은 아닌지, SK하이닉스와 슬롯 거래가 끊어진 게 이 관계 때문은 아닌지 등 의혹이 꼬리를 문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에 더해 맏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의 탄원서 제출 등 일정이 일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금감원의 SK하이닉스 압수수색이 참고인 조사 차원에서 진행됐다는 점이다. '특별한 혐의점'을 염두에 둔 조사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돌아다니는 말들은 무섭다.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한 선 긋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오너가 가정사가 새로운 비상을 앞둔 SK그룹에 짐이 되어선 안 될 터이다. 그래서 더 확실한 선 긋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한다.

/ 포춘코리아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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