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빠진 에스티 로더가 내부 직원을 슬롯로 선임했다. 시장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에스티로더는 최근 내부인사를 새 슬롯로 선임했다.[사진=셔터스톡]
에스티로더는 최근 내부인사를 새 슬롯로 선임했다.[사진=셔터스톡]

미국의 화장품 그룹 에스티 로더가 내부 직원인스테판 드 라 파브리를 차기 최고경영자(슬롯)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월가의 많은 전문가는 이 결정을 두고 혹평했다. 회사가 침체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 인사를 영입해 큰 변화를 꾀하고 새로운 시각을 도입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미국 최대 할인 판매점 중 하나인 로스 스토어스는 역시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음에도, 부트 반(Boot Barn)의 슬롯인 짐 콘로이(Jim Conroy)를 영입했다. 콘로이가 다른 유형의 소매업체 출신이고 로스 스토어스가 강력한 인재 육성 시스템을 갖추고 있음에도 에스티 로더와는 정반대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 두 기업의 인사 결정은 기업의 내부 인사와 외부 인사 선택 논쟁이 얼마나 자주 벌어지는 지를 잘 보여준다. 기업은 새로운 인물이 가져올 수 있는 충격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조직의 숨겨진 문제점들을 잘 알고 있어 신속하게 행동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할 수도 있다.

에스티 로더의 슬롯직을 맡게 될 드 라 파브리는 회사를 속속들이 알고 있으며 회사의 회생 계획 수립에도 참여했다. 더욱이 그가 관할하는 영역은 조 말론 런던과 르 라보 등의 브랜드를 포함해 회사 사업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하지만 에스티 로더는 수년간의 성장 이후 화장품 소비 둔화, 다수의 인수 기업 통합, 그리고 현 슬롯 파브리지오 프레다가 과도하게 베팅한 중국 시장의 침체 등 여러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사회는 차기 슬롯가 회사의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2년 넘게 에스티 로더에서 근무한 드 라 파브리에 대해 D.A. 데이비슨의 애널리스트 린다 볼튼 와이저는 "긴 평가와 적응 기간 없이 빠르게 변화를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다만 내부 인사는78년 역사의 이 화장품 회사에 필요한 변화의 주체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 TD 코웬의 애널리스트 올리버 첸은 "일부 투자자들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조직에 더 극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외부 인사 영입을 기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티 로더 투자자들은 최근 회사가 사업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기 위해 배당금을 절반으로 삭감한다고 발표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에스티 로더의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 요인은 따로 있었다.내부 인사와 외부 인사 중 누구를 영입할 것인가를 두고 창업자 로더 가문의 두 분파 간 후계 구도 싸움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다른 유통업체들이 판매하지 못한 상품을 확보해 사업을 영위하는 할인점인 로스 스토어스는 반대 방향으로 갔다. 로스 스토어스 이사회는 분명 콘로이가 부트 반에서 보여준 뛰어난 실적에 매료된 것으로 보인다.

콘로이의 재임 기간 동안 부트 반의 매출은 5배 증가해 16억 7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부트 반의 주가는 스타 슬롯의 퇴사 소식에 20% 하락했다. 그러나 부트 반은 지난해 매출이 200억 달러를 넘은 로스 스토어스에 비해 훨씬 작은 소매업체이며, 콘로이는 매우 특수한 경영 능력이 요구되는 할인점 소매업 경험이 전무하다.

콘로이는 10년간 슬롯를 역임한 로스 스토어스의 바바라 렌틀러의 뒤를 잇는다. 로스 스토어스도 업황의 성장세를 타고 있지만, 경쟁사들만큼의 좋은 성과를 내진못하고 있다. 이에 이사회는 이런 성장 격차를 줄이고 폐쇄적인 기업 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슬롯를 선택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

한 애널리스트는 로스 스토어스를 "지켜봐야 할 기업"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 회사의 강력한 승계 계획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퇴임하는 렌틀러 슬롯는 2023년 7월, 2025년 2월부터 2년간 콘로이의 자문역으로 남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텔시 자문그룹의 다나 텔시는 "콘로이가 할인점 업계에 생소하기 때문에안정적인 조력자가 있으면 원활한 인수인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를 높이 평가했다.

지난 가을, 나이키와 스타벅스에서도 같은 내부 인사와 외부 인사 슬롯 논쟁이 벌어졌다. 나이키는 2019년 소매업 경험이 전무한 외부 인사 존 도나호전 슬롯를 선택했는데, 그의 기술 분야 배경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재임 기간이 올 가을 실패로 끝나자 나이키는 180도 방향을 전환해 회사 사정에 밝고 직원들을 결집시킬 수 있는 나이키 평생 직원 엘리엇 힐을 선택했다.

스타벅스는 외부 인사를 선택했다. 그러나 전 치폴레 멕시칸 그릴 슬롯인 브라이언 니콜을 선임했다.대규모 음식점 체인을 정상화하고 성장 궤도에 올려놓은 경험이 있으면서도 새로운 외부 시각을 가져올 수 있는 인물로 꼽혔다.

슬롯 선임은 기업 이사회의 인사위원회에게 매우 복잡한 문제다. 기업이 외부 인사가 더 적합해 보일 때 내부 인사를 선택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를 선택하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헤버트 마인스 어소시에이츠 헤드헌팅 회사의 슬롯 브렌다 말로이는 "이사회는 미래 전략 수립, 기술, 경험, 역량, 그리고 문화적, 개인적 특성 등 많은 고려 사항을 조율해야 한다"고 말한다.

에스티 로더와 로스 스토어스의 새 리더들은 각자의 역량을 보여주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주식 시장은 이미 판단을 내렸다. 내부 인사를 선임한 에스티 로더의 주가는 20% 하락한 반면, 외부 인사 영입을 발표한 로스 스토어스의 주가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 글Phil Wahba & 편집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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