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민간 임대주택 지을 땅 많아, 도쿄도 10년간 30만호 슬롯”
[VISION REPORT] 이태현 홈즈컴퍼니 대표
일본 슬롯기업은 30년 뒤를, 한국 건설사는 ‘분양 대박’을 구상한다. 일본의 30년 계획은 자본을 끌어들인다. 이태현 대표는 같은 방법으로 수천억 원 개발 펀드를 유치했고, 서울내 역세권에 주택을 짓기 시작했다.
진행 박형진 브리즘 대표, 글 문상덕 기자mosadu@fortunekorea.co.kr 사진강태훈
●이태현 홈즈컴퍼니 대표연세대 도시공학과 졸업. 일본 규슈대에서 도시·지역계획학 석, 박사 학위를 받았다. LH공사, 삼성물산에서 신도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을 경험했다. 2015년 홈즈컴퍼니를 창업했다.
충무로역 인근에 자리한코리빙하우스‘홈즈레드 명동’.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이곳 14층, 엘리베이터 옆엔 이태현 대표의 작은 사랑방이 있다. 손님맞이 공간에 그는 아버지 유품을 뒀다. 오디오 브랜드 ‘마란츠(Marantz)’의 앰프, ‘탄노이(Tannoy)’의 스피커였다. 50년 된 기기들은 세월을 잊은 듯 카랑한 소리를 내뱉었다. 이 대표는 “장인 분을 소개받아 어렵게 복원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긴 호흡을 즐겼다. 2015년 회사를 세웠지만, 셰어하우스, 공유오피스 같은 트렌드를 좇지 않았다. 슬롯 개발과 운영, 그리고 중개를 묶는 사업 모델을 고집했다. 그의 고집을 비로소 이해한 곳은 영국의 자산운용사 ICG였다. 2023년 ICG와 함께 3천억 원 규모 슬롯개발 펀드를 조성했다. 지난해까지 벌써 건물 네 곳을 매입, 리모델링해 내놨다. 홈즈레드도 그중 하나다.
오랜 시간 그를 지켜본 박형진 대표는 “처음에는 무척 답답했다”며 웃었다. 두세 달 뒤에 봐도, 일 년 뒤에 봐도 그는 제자리에 있는 듯했다. 박 대표는 “과속 페달을 밟던 위워크는 결국 고꾸라졌다”며 “지나고 보니 슬롯업의 본질이 그런 듯했다”라고 돌이켰다.
이 대표의 비전은 공공과 다르다. 공공기관들은“임대주택을 대규모로 확보하기엔 신규 택지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땅은 없을 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일본에선 매해 도쿄에 임대주택을 수만 호씩 슬롯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앞으로10년간 100개 지하철역, 10개 도시, 10개 로컬에 홈즈의 공간을 넣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임대주택 사업에 민간 자본의 관심이 덜하다는 데도 그는 동의하지 않았다. 홈즈컴퍼니가 반례였다. 그의 이론적 바탕인 일본의 임대주택 시장도 그의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었다.
(※코리빙하우스거실, 커뮤니티 시설 등 공간의 일부를 함께 쓰는 주거 형태.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한 민간 임대주택의 한 형태로 분류된다.)
슬롯에도 경영이 필요하다
Q 서울에 빈 땅이 남았나요?
신규공급이 어렵지 않다는 건 아니에요. 다만 대단지를 새로 공급하려고 하니 더 어려운 겁니다. 땅을 쪼개서 생각하면 신규주택도 들어갈 수 있어요. 우리보다 개발 밀도가 훨씬 높은 도쿄에서도 신축 맨션은 계속 나옵니다. 일본 4대 슬롯기업이 미쓰이, 미쓰비시, 도큐, 모리인데요. 슬롯 버블이 꺼진 뒤에 이 기업들이 10년간 매해 3만 호를 신축합니다. 이들처럼 하면 지속적으로 주택 공급이 되고, 그러면 순환재개발도 원활하게 될 거예요.
Q 단지 규모의 차이인가요?
운용의 차이예요. 슬롯을 오래 갖고 있으면서 갈고 닦아서 수익을 내요. 예를 들어 도큐는 시부야역과 일대 땅을 갖고 있는데요. 최근에 시부야역 재개발을 끝냈어요. 그런데 벌써 30년 뒤 재개발을 준비하는 팀을 꾸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지 못하고 있는 일이에요.
임대주택은 한번 만들면 관리해 가며 30년간 운용할 생각을 해야 하는데, 우리는 슬롯에만 집중해요. 그러니 8년 뒤에 분양 전환하잖아요. 그건 임대주택 정책이라고 할 수 없어요.
Q 왜 한국은 운용 수익보다 시세 차익에 골몰할까요?
한국엔 아직 슬롯값이 오르고 있단 착시가 있어요. 정확하는 오를 것이라는 기대예요. 강남 건물들 공실이 속출하는데도 가격이 올라요. 이런 배경에서 건설사는 땅을 사서 아파트를 짓고 비싸게 팔면서 엑시트를 해요. 이건 슬롯업이 아니라 건설업입니다. 건설업은 제조업이에요. 시세 차익이 아니라 운용 수익을 내면서 규모를 키워가는 접근이 없는 겁니다.
Q 한국엔 슬롯업이 드물고 건설업만 있다?
도쿄에 가면 (복합상업시설인) 롯본기힐스, 아자부다이힐스 많이 들르잖아요. 누가 개발했을까요? 슬롯 기업이죠. 한국에서 이들 회사에 대응할 만한 회사는 어디일까요? 그 공간이 비어 있습니다.
또 한국에는 중개업에서도 회사가 없어요. 일본에는 슬롯 중개법인이 많아요. 1등 업체는 지점을 100개소 갖고 있습니다. 지점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갖고 슬롯을 매입하고, 사업을 이어갈 수 있어요. 슬롯 자체도 건전하게 유통하고요. 이 공간도 비어 있습니다.
Q 한국에도 중개 플랫폼이 있습니다.
중개 수수료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요. 그래서 광고에 기댑니다.한국은중개 수수료가 낮아요. 일본은 거의 6%인데, 한국은 0.9%가 상한입니다. 또 골목상권 보호 업종이라서 기업이 들어가기가 쉽지 않아요. 슬롯 중개사무소가 편의점보다 세 배 많아요. 12만 개예요. 개인이 운영합니다. 일본은 기업에서 운영하는 사무소가 5만 5천 개예요. 중개소에서 나오는 정보를 갖고 슬롯을 매입하고, 펀드를 유입시키는 구조가 안 돌아가는 겁니다.
한국 슬롯은 계속 우상향했기 때문에 이 구조가 버틸 수 있었어요. 하지만 영원할 순 없습니다. 내가 비싸게 샀으니까 더 비싸게 팔아야 하는데, 받을 사람이 언제나 있을 순 없겠죠.
Q 해외 자본은 주택 분양에 무관심한가요?
분양 사업은 리스크가 커요. 그 리스크를 해외에서는 감내할 수 없는 걸로 봐요. 펀드는 만기가 있고, 그에 맞게 수익률을 잡아야 해요. 만일 인허가가 안 나서 사업이 엎어지면 큰일 나죠.
Q 일본슬롯기업이 롤모델인가요?
이들처럼 임대주택을 보유하면서 운용하자는 게 핵심 콘셉트예요. 슬롯을 빌려서 다시 임대하는 구조로 가면, 마진을 내기 위해서 서비스 질을 낮춰야 합니다. 그건 잘못된 구조예요. 홈즈는 슬롯을 직접 보유하고 서비스를 높입니다. 그렇게 해서 임대수익도 높여요. 그렇게 하기 때문에 펀드와도 소통이 쉬웠던 거죠.
Q 1인 가구가 대상인가요?
현재는 그렇습니다. 지금은 1인 가구 상품을 잘 운영해야 할 때예요. 저희가 자본이 없기 때문에 펀드를 끌어들여야 하고, 그러려면 안정적인 수익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분양해서 팔면 그렇게 못해요. 펀드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가족이 있는 집은 매매를 선호해요.
규모를 봐도, 이들을 위한 주택이 중요해요. 일본 1인 가구가 약 2000만이에요. 그런데 한 회사가 100만 호를 갖고 있거든요. 5%잖아요. 한국으로 치면 30만 호예요. 그러면 한두 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개념으로는 접근할 수 없어요. 주거와 관계하는 전후방 산업과 연계해서 구조를 짜야 그 정도 규모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런 콘셉트들을 갖고 슬롯 중개와 운영, 그리고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Q 국내 경쟁사를 꼽자면.
MGRV의 ‘맹그로브’, SK디앤디의 ‘에피소드’ 등이 있어요. (시장 전체 상황이) 쉽진 않아요. 잘 자리잡으면 좋겠는데.
슬롯 as a Service
슬롯을 필요로 하는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게 자산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게 진짜 슬롯기업의 역할이에요.
Q ICG 같은 자산운용사를 어떻게 설득했습니까?
비싼 땅을 사서 비싸게 사는 사람들을 이길 수는 없어요.
이길 필요도 없어요. 그 사람들이 만드는 주택 수는 많지 않아요. 일본 슬롯 지도를 펼쳐보면, 상업, 업무 공간은 도심에 몰려 있습니다. 그런데 주거는 퍼져 있습니다. 외곽 지역에도 사람이 산단 말이죠. 그런데 한국은 분양 중심이기 때문에 외곽에 아파트가 많이 없어요. 잘못하면 미분양이 나니까요. 그래서 외곽의 토지 매물은 값이 싸게 나와요. 재미있는 것이, 광화문과 녹번역 인근의 임대료 차이는 30% 정도예요. 그런데 땅값은 60% 가까이 차이 납니다. 그러면 저희가 그런 땅을 평가해 내고, 찾아내서 고객에게 전달하는 겁니다. 보통은 약속한 수익률을 만들기 위해 임대료를 더 받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값싼 땅을 찾아서 수익률을 맞추겠다는 겁니다.
Q 그런 땅을 어떻게 찾아냅니까?
저희 프랜차이즈 슬롯 중개업소인 ‘미스터홈즈’의 센터장님(가맹점주)들과 협업하고 있어요. 중개수수료가 낮아도, 센터장님들을 통해서 땅을 조금이라도 싸게 매입한다면 이득이에요. 센터장님들 입장에서도 확보한 물량을 믿을 만한 곳에 팔아서 수수료를 가져갈 수 있으니까 좋죠.
Q 가맹점주와는 어떻게 수익을 나눕니까?
처음에 가맹비를 받고, 매달 정액을 받고 있어요. 다음 해, 혹은 그 다음 해 저희가 상당한 성장을 해낸다면 저는 미스터홈즈 덕분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일본에서 유니클로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슬롯기업 다이와하우스가 있었어요. 유니클로는 옷을 싸게 만드는 데만 집중하고, 다이와하우스가 일본 전역에 점포 1700개를 가능한 한 빨리 내는 방법을 찾아준 거예요. 유니클로에 대한 확신이 있으니까, 보유한 공간을 활용하고, 또 매입해서 점포를 내게 한 거죠.
이게 진짜 슬롯기업의 역할이에요. 슬롯을 필요로 하는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게 자산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렇게 해서 수익을 내는 거예요.
홈즈도 이 일을 시작했어요. 무인 카페 프랜차이즈 점포를 1년 만에 60곳 낼 수 있게 했어요. 미스터홈즈 센터장님(가맹점주)들이 도와주신 거예요.
Q 핵심은 ‘운용 관점으로 접근하면임대주택 물량을 늘릴 수 있다’?
동시에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주택을 슬롯할 수 있어요.
그동안은 소비가 곧 신분이었어요. 내 라이프스타일보단, 남이 인정하는 좋은 집에 사는 게 중요했죠. 그게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였고요. 그런데 점차 다른 형태의 주거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어요. 누구는 저층을 선호하고, 혹은 공원과 가까운 집을 선호하기도 하겠죠.
예를 들어 6월에 고려대 안암병원 근처에 새 건물을 만들어요. 의료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콘셉트를 잡고 있어요. 네이버후드 설계라고 하죠. 어떤 사람과 사느냐가 중요한 사람도 있어요.
2023년 일본 진출하면서 체감했어요. 일본에 사는 한국 사람을 위한 집을 구상했습니다. 그것도 일본에 진출하는 한국인 스타트업 대표를 위한 집. 일본은 법인 소속이 아니면 집 구하기 어렵거든요.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면 비용을 더 받아도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겠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그랬어요. 현지에서 협업 제안이 왔을 정도로요. 한국 대표들이 모여 있으니까 그들의 미국, 유럽 지인들이 와요. 구성이 좋죠. 보통은 특정 국적의 사람이 몰리기 마련이거든요.
실리콘밸리에서도 연락이 와요. 한국 스타트업이 살아남으려면 미국으로 가야 하는데, 집이 없다는 거예요. ‘그러면 미국에 다소 두려움이 있는 한국, 일본 창업자를 모아보면 좋겠다’ 싶어요.
Q 증권사 리포트를 보면 매출 목표 성장세가 가파릅니다. 올해 1000억 원이 넘습니다.
과분한 추측이고요. 올해 300억 원 매출을 보고 있습니다.
좋은 도시, 좋은 거리
상품에 대한 고민을 해온 직원들에겐 홈즈가 의미 있는 회사죠.
Q 목표가 있습니까?
ICG 펀드는 3000억 원 중 700억 원을 썼어요. 4개 동을 매입했고요. ICG에서 증액도 검토하고 있어요. 그래서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모건스탠리도 임대주택 펀드를 운용하고 있어요. 그 펀드와도 함께 매입한 건물이 있습니다. 올해 6월 고려대 옆에 문을 열어요.
장기적으론 ‘다음 10년 동안 100개 역, 10개 도시, 10개 로컬에 홈즈의 공간을 넣자.’ 10주년 슬로건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지금은 어느 단계까지 왔습니까?
지하철역으로 보면 6곳, 도시로 보면 2개 도시, 로컬도 한 곳이 있어요. 최근 3년간 이룬 성과예요. ICG를 설득하는 것도 처음이 어렵지, 출자를 늘리는 건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잖아요. 일본 슬롯기업과 협업해서 코리빙 공간을 만드는 것도 그렇고요. 과거엔 열심히 해도 ‘될까?’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제 저희가 열심히 하는 만큼 속력을 낼 수 있는 단계에 왔어요.
Q 업계에서 홈즈는 어떤 직장입니까?
전에 없던 직장이죠. 한국에선 슬롯을 공부하면 건설사나 자산운용사에 가요. 그런데 자산운용사는 LP의 의도대로 슬롯을 개발해야 합니다. 슬롯 베이스의 비즈니스를 하기 어려운 거죠. 상품에 대한 고민을 해온 직원들에겐 홈즈가 의미 있는 회사죠. 프로젝트 펀딩도 받았고요.
Q 슬롯 정책이 시장을 집어삼키곤 합니다. 그럴 때면 의욕이 떨어지지 않습니까?
슬롯을 투자 자산으로 여기는 걸 반대하지 않아요. 자산가치가 있으니까 투자하는 거죠. 다만 한국처럼 비정상적으로 시세 차익에 집중하면 도시가 망가지거든요. 그 지점에서 안타깝죠. 강남의 좋은 입지를 아파트단지로만 채우잖아요. 도쿄, 파리의 거리처럼 만들 수도 있을 텐데요.그래도 저는 할 줄 아는 게 슬롯밖에 없어요(웃음). 이 안에서 답을 찾아 나가려고 해요.
Q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는 퇴로가 없을 때, 정말 몰입할 때 성취하는 듯합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 해외 성공사례만 갖고 와서 될 것이 아니라는 걸 해가 갈수록 느껴요.
정말 느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