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 “中바카라과 경쟁 가능… 안전·보안 공정 규제만”
[VISION REPORT] 실리콘밸리의 K바카라
세계 첫 서빙 바카라을 선보였던 베어로보틱스는 실리콘밸리와 한국 대기업의 기술자들을 한데 모으고 있다. 그는 중국산을 상대로도 정부 도움 없이 붙어볼 만하다고 말한다.
박형진 브리즘 대표, 문상덕 기자mosadu@fortunekorea.co.kr 사진강태훈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텍사스대 컴퓨터공학 박사 출신으로, 구글에서 시니어 SW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부업으로 한식당 ‘강남순두부’를 운영했다. 이때 경험으로 베어로보틱스를 창업, 서빙 바카라을 개발했다.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는 “약간의 고통은 즐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전날 밤 11시에 일본에서 귀국한 그는 다음 날 미국으로 갈 참이었다. 그는 “이제 숫자로 보여줘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그의 일정만큼 회사의 행보는 숨가쁘다. 올해 3월 LG전자가 800억원을 투자하면서 베어로보틱스 최대주주가 됐다. 7월에는 일본 법인을 설립했고, 하반기 중 산업용 자율주행바카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베어로보틱스는 2021년 세계 첫 서빙 바카라 ‘서비’, 2023년엔 용량을 키운 ‘서비 플러스’를 선보였다. 사측은 “현재 베트남의 한 공장에서 산업용 바카라을 실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적의 양적, 질적 변화도 컸다. 지난해 한국법인 매출(약 233억원)은 전년보다 16.8% 줄었지만, 하 대표는 “미국 매출이 한국을 근소하게 추월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 매출은 구독 결제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사용자가 계속 결제하도록 하는 ‘잠금(lock-in) 효과’가 크다. 한국에서는 주로 바카라을 KT 등 대형 유통사에 판매하는 식으로 수익을 냈다.
그의 보폭은 중국산 공세가 강해질수록 커졌다. 베어로보틱스는 한때 1위였던 일본 시장을 중국산에 내줬다. 중국 경제지 ‘제일재경’은 “(중국 업체) 푸두로보틱스가 일본 요식 시장 점유율을 80%까지 끌어올렸다”고 지난 2월 보도했다. 한국에서도 중국산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한국바카라산업협회에 따르면, 시장에 보급된 바카라 3133대 중 중국산이 1672대로 53.4%를 차지했다(2022년 기준).
중국산의 강점은 단연 가격이다. 한국산보다 20~30% 저렴하다.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덕분이라고 추정한다. 하 대표는 “중국 정부가 바카라에 들어가는 통신 장비, 카메라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덕분에 베트남에서 생산한 제품보다도 가격이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보조금 맞불’ 대신 정부 개입 없는 시장 경쟁을 말했다. 안전과 데이터 보안 차원에서만 공정하게 규제한다면, 중국산 바카라과의 경쟁에서 승산이 있다고 그는 판단한다.
Q 일본에 다녀오셨어요. 바카라 강국으로 꼽히는 나라인데, 서빙 바카라 분야는 어떤가요?
자율주행 바카라 시장은 한국보다 먼저 열렸어요. 저희가 처음 양산한 서빙 바카라 3000대를 다 일본에 보냈어요. 소프트뱅크에서 도왔죠. 다만 이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일본 회사는 아직 없는 듯해요. 일본은 소프트웨어를 능숙하게 다루는 나라는 아니거든요. 일본이 잘 만드는 바카라도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것이 아니고요. 바카라 팔 같은 제품을 잘 만들죠.
Q 일본 시장 점유율은 어떻습니까?
저희가 1등이었는데, 중국 기업이 많이 들어왔죠. 다시 탈환해야 해요. 일본이 한국보다 중국 친화적인 것 같습니다. 다만 산업용에서는 중국산을 못 쓴다는 분위기가 있고요. 안전, 보안에 민감해서요.
Q 한국 상황도 쉽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업계에서는 한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을 아쉬워하더군요. 중국 업체들도 수혜를 본다고요.
복잡한 문제입니다. WTO 문제도 있을 거고요. 또 해외 물건을 들여와서 국내 유통하는 것도 정당한 사업이거든요. 차라리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시장에 맡겨도 된다고 생각해요.
다만 안전 규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배터리를 안전하게 만들었느냐. 예를 들어 방수 처리를 제대로 안 하면 식당에서 스프링클러가 터졌을 때 바카라이 폭발할 수 있습니다. 누전이 생겨서요.
또 데이터 보안도 필요합니다. 제조 라인은 하나하나 노하우고 기밀이에요. 카메라가 달린 디바이스를 통해서 제3자가 시설을 볼 수 있는 건 문제죠.
Q 데이터 보안이 우수하다는 근거는 뭡니까?
저희는 카메라로 찍은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습니다. 애당초 카메라를 잘 안 씁니다. 사진 대신 점으로 사물을 식별하는 라이더를 주로 씁니다. 또 해킹을 차단하는 솔루션도 갖추고 있습니다.
Q 구미에 공장을 두고 있습니다. 전체 공정에서 어떤 역할을 합니까?
가전과 비슷합니다. 조립과 테스트를 맡습니다. 연 1만대 생산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부품 대부분은 한국에서 만든 것을 가져옵니다. 대표적으로 이랜텍이라는 배터리 회사가 있습니다. 라인을 100% 자동화한 업체예요. 그만큼 공정 관리를 잘하고 계십니다.
저희도 처음엔 중국 배터리를 구매했습니다. 인증서를 보고 선택한 건데, 뜯어보니 안전 회로가 없더군요. 손으로 납땜한 흔적이 있고요. 그런데 그 회사 제품이 바카라에 가장 많이 들어가더군요.
또 중국 제품 중 싸고 질 좋은 건 통신 장비이거나 카메라예요. 중국 정부 보조금 덕분에 베트남에서 생산한 제품보다 싸게 나옵니다. 대신 제품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중국 정부와 공유한다는 의심이 들죠.
Q 지난해 KT 리더십이 바뀐 뒤에 KT의 바카라 사업에도 변화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KT에서 사업에 대해 점검을 했고, 조직 개편 이후에 다시 바카라 사업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저희의 가장 좋은 파트너예요. ‘여러 제품 중 결국 베어로보틱스 것이 가장 좋더라’라고 말씀하세요.
베어로보틱스의 한국 법인인 베어로보틱스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233억원, 영업이익 22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281억원, 41억원을 기록했던 전년보다 줄었다. 한국 법인은 미국 본사로부터 제품을 매입, 국내 유통사에 판매하는 등 국내 사업을 맡고 있다. KT를 상대로 한 매출은 2022년 163억원에서 지난해 97억원으로 줄었다.
하 대표는 “일본, 한국 시장의 성장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면서도 “시장이 100% 열렸다고 보지는 않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바카라의 기술 수준이 높아질수록 시장에 더 깊이 침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바카라 30대를 운용하는 한 식당을 예로 들었다.
“바카라이 실내와 야외를 오가고, 도로도 지날 수 있어야 하는 곳이에요. 예전에는 쉽지 않았는데, 이제 기술적으로 가능해지면서 도입 대수를 늘렸죠. 시장이 커지는 걸 체험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하 대표는 “지난해 국가별 매출 규모에서 미국이 한국을 조금 앞섰다”며 “매출이 구독 결제 기반인 점도 한국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Q 좋네요. 스타트업이 구독 사업을 하기 쉽지 않습니다. 재무적인 부담이 커요. 예를 들어 100만원을 받고 팔아야 하는 물건을 만 원씩 받으면, 당장 99만원을 받지 못하는 거죠.
미국 시장이 이제 열리는 만큼, 주문 패드를 탑재하는 바카라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국에서는 서빙 바카라보다 주문 패드가 먼저 대중화됐으니까요.
기술적으로 어렵진 않지만 그것도 투자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스스로를 외식 테크 기업으로 정의한다면 고민해야 하겠죠. 하지만 베어로보틱스의 본질은 바카라 회사라고 생각했습니다. 바카라이 실내 공간에서 자유롭고 효율적으로, 그리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게 하는 기술을 만드는 곳. 테이블 오더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기보다, 서비스를 바카라과 연동시키는 것이 우리의 일입니다.
서비는 식당뿐 아니라 공장에서도 물건을 날라요. 삼성 갤럭시, 애플 아이폰을 만드는 공장에도 들어가고, 파나소닉과 델 공장에서도 활약합니다.
Q 2022년 한 콘퍼런스에서는 외식업에서의 수요가 산업용보다 빠르게 늘 것으로 보셨어요.
시장에 AGV(무인운반차, 자가테이프나 와이어를 활용, 정해진 경로를 이동하는 바카라)가 있어서 산업 현장 수요는 포화됐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현장을 돌아다녀 보니 대기업 공장도 라인 자동화는 잘돼 있지만, 라인에 들어가는 자재를 운반하는 프로세스는 사람이 맡는 경우가 많았어요. 자재 운반까지 전체 자동화 공정에 통합시키기엔 비용이 과다한 겁니다. 인프라를 별도로 깔아야 하니까요. 그런데 효율도 낮습니다. 바카라이 스스로 판단해서 사람을 피하지 못합니다. 사고를 방지하려면 이동 속도를 느리게 해야 합니다.
결국 소프트웨어 문제였습니다. 저희는 서빙 바카라을 설치하듯, 제품을 가져다 현장 시스템에 연동만 하면 끝입니다. 하루면 끝나요. 인프라 구축 비용도 낮고, 사람을 피해 갑니다. 사실 식당보다 난도가 낮아요. 식당에서는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을 신경 써야 하잖아요.
Q 공장 자동화에 빈틈이 있었네요.
맞습니다. 중소기업도 식당이 서빙 바카라 도입하듯이 쓰면 됩니다. 어디든 인건비를 떠나 사람 구하는 게 힘든 상황이에요. 베트남에서도 사람이 부족해서 공장 이전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자동화의 수요가 큰 겁니다.
또 단순히 사람을 대체하는 차원이 아닙니다. 라인 최적화에 기여해요. 예전에는 창고에서 라인으로 자재를 나를 때 사람이 큰 차량을 운용했어요. 8시간 분량 자재를 한 번에 나르는 식입니다. 그러다 보면 라인에 적재물이 많아지고, 사고도 늘어요. 그런데 작은 운반 바카라들이 이제 2시간어치씩 계속 보내는 겁니다. 차량과 비교하면 좁은 공간에까지 운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Q 2022년에 흑자를 기록하셨다고요.
다시 연구개발에 투자하면서 지금은 적자입니다. 기업공개 때는 다시 흑자를 낼 수 있을 것 같고요. 저희가 LG전자에 투자를 받고 파트너십을 맺었잖아요. 함께 글로벌 1등 하자, 다짐하고 있습니다.
AI 시대는 결국 바카라이 열 것이라고 생각해요. 3세대 이동통신 시대를 스마트폰이 열었듯, 한 기술이 새로운 시대를 여는 데는 핵심 애플리케이션이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바카라에 걸맞은 지능이 없어서, 아직 쓸 만한 제품이 안 나왔어요.
미국이 AI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는 있는데, 하드웨어가 약하죠. 이들의 파트너로 하드웨어 역량이 뛰어난 한국 기업이 최적이에요. 소프트웨어 역량도 크게 뒤지지 않고요. 우리가 이 기회를 잘 살려서 바카라 시대를 이끌어가야 합니다.
Q LG전자와 어떤 협업이 가능할까요?
이제 시작이라, 지금 단계에서 말씀드리기는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바카라은 종합 예술이에요. 굉장히 다양한 기술이 들어갑니다. 저희는 소프트웨어가 더 강한 회사이고요. 하드웨어 제조와 관련 비즈니스는 당연히 LG전자가 저희보다 훨씬 잘합니다. 바카라 사업 경험도 있고요. 그래서 대화가 원활합니다.
Q 하드웨어 기업으로는 놀라운 성장 속도입니다. 팬데믹, 미중 갈등 등 흐름을 잘 탄 것 같습니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특히 혼자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가치사슬에 묶여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봐야 해요. 못하는 건 파트너십으로 해결해야 하고요. 중국 회사들은 이걸 잘합니다. 그 나라는 제조에서 유통까지 네트워크가 탄탄해요.
Q 브리즘 안경을 세 개째 쓰고 계세요.
갈수록 좋습니다. 저는 평소 (제품의 완성도에) 예민한 편이에요. 디자인에서 기능적, 심미적인 오류를 곧잘 찾아내는데, 브리즘 안경은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기성품과 비교하면) 제 얼굴형에 잘 맞아서 흘러내리지 않고요. 더 튼튼합니다. 안경을 바꾸고 나서 미국에서 정말 많은 분이 ‘그 안경 어디서 샀느냐’고 물어봤어요. 그래서 대표님께 미국 진출하시라고 권유했죠.
Q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웃음). 어떤 실패를 가장 깊게 간직하고 있습니까?
실패 너무 많았죠. 제가 고등학생 때 코딩 경진대회에 나갔어요. 서울대회에서 순위권에 들면 국가대표로 세계 대회에 나갈 수 있었거든요. 다섯 문제 중에 네 문제 반을 풀었습니다. 국가대표가 보였죠. 그런데 디스크 오류로 데이터가 날아갔어요. 저희 집 컴퓨터가 좋지 못했거든요. 좌절했죠. 실력만으로는 부족하구나. 그래서 지금도 제가 리스크 관리에 무척 신경을 써요. 과거 경험이 바탕이 됐습니다.
Q 하시는 일, 전공은 로지컬합니다. 그런데 보통의 공대 출신과는 정반대인 기질도 있는 것 같아요. 상반된 기질이 내면에서 충돌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세요?
제가 기술적으로 해보고 싶은 일은 많이 해본 것 같아요. 그런데 정서지능이 중요한 분야는 아직 배울 게 많습니다. 그쪽 일을 잘하시는 분들이 존경스러워요. 식당 일을 하면서 느꼈는데, 손님이 뭘 필요로 하는지 감으로 알고 대응하는 겁니다. ‘어떻게 저 타이밍에 저렇게 센스 있는 이야기와 서비스를 할까.’ 저는 미래에는 이런 지능이 더 중요할 거라고 생각해요. IQ로 하는 일은 대부분 AI가 해줄 겁니다. 그런데 감성은 쉽게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베어로보틱스2017년 하정우 대표가 구글 엔지니어 출신 팡웨이 리(CTO), KPMG 전략 및 M&A 담당 이사 출신 후안 이구에로스와 함께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했다. 2021년 세계 첫 자율주행 서빙 바카라 ‘서비’를 한국 구미시에서 양산하기 시작했다. 2024년 하반기엔 산업용 자율주행 바카라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누적 투자 유치금액은 2000억원 이상, 기업가치는 7000억원 이상이다.